가끔은 내 전생이 춘향전의 주인공 '성춘향'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엄마가 내 이름을 춘향이라고 지었을 리가 없다. 교실에서 태블릿 피씨로 공부하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춘향이라니, 아무리 내가 가야금을 배우기로서니 가당치도 않다. 한 번은 엄마 몰래 단이와 유명한 신당에 신점을 보러간 적이 있었다. 성년이 되면, 개명이나 할까 해서였...
1. 너도 들었어? 공주님이 혼례를 올린다지? 상대는 누구래? 열국(姴國)의 왕자라던걸? 열국? 그래! 우리 자국(赭國)이 배로 교역한 지 얼마 안 된 나라 말야! 그 나라에 보석이 많다지? 계집이던, 사내놈이던 죄다 보석을 치렁치렁 달고 다닌대~ 나 나루터에서 한 번 봤어! 키가 우리보다 두 뼘은 족히 크고,피부가 허옇더라. 우와 신기하다. 그나저나 난 ...
잊지 말아줘. 사랑한다고 말할 거야. 네 곁에서.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문고리만 잡은 채 루카스는 주저 앉았다. 도저히 문을 열 자신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전히 밝은 얼굴로 자신을 맞이하는 엘리엇이 있을 것 같았다. 고리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결국은 또 다시 울음을 토해냈다. 루카스는 소리를 죽인 채 굵은 눈물만 ...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한강, 거울 저편의 겨울2) 엘리엇....! 나를 안은 채 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그의 모습. 그의 두 손을 흥건히 적신 피.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을 때, 잠에서 깬다. 내 눈에 보이는 건, 내 방의 겨자색 배게 커버가 아닌 낯선...
목요일 17시 32분 엘리엇은 여전히 학교를 결석했지만, 조금씩 괜찮아지는듯 했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일로 싸우기도 했고, 금세 풀어져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헤실거리기도 했다. 집에 가면 나를 반겨 줄 나만의 사람이 있다는 건 꽤 행복한 일이었다. 집에 가야겠어. 하교한 나를 붙잡고 엘리엇이 말했다. 부모님도 뵈어야 하고, 약도 다시 먹어야 한다는 말...
토요일 9시 53분 터널에서 엘리엇을 만난 후, 엘리엇을 셰어하우스로 데리고 왔다. 엘리엇을 찾았다고 루씰에게 문자를 보내자마자, 날이 밝는 대로 만나자는 답장이 왔다. 나는 지금 그녀를 만나기로 한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있다. 집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엘리엇은 간이 매트리스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구글에서 찾은 것처럼, 지금이 우울증인 시기인 걸까. 약간의 시...
토요일 2시 34분 모두가 잠든 새벽, 나 혼자 잠들지 못하고 불 꺼진 거실에서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한 건, 결국은 엘리엇이었다. 원래 연애가 이렇게 힘들고 장벽이 많은 것이었나? 가슴이 답답해졌다. 다 해결된거라 생각했던 우리 사이는 결국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소파 옆에 세워 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었다. ...
월요일 8시 43분 다프네에게 foyer 에서 보자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알렉시아와 이만, 마농, 엠마를 데리고 나타났다. 여자아이들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벽화를 감상했다. 괜히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음.. 다프네? 어때?" "그러니까 이건..." "우주를 나타내려고 했지." "나 이거 완전 맘에 들어! 진짜 굉장해,쩔어! 너네들도 그렇지 않아?" 다...
내가 아직 생을 끝내지 못한 이유는 너를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늘 너와 나 사이에는 긴장감이 존재했다. 너는 내게 다가오는 듯 하면서도,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네가 선을 넘지 않기에 나도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고, 그것은 우리 둘 사이에만 흐르는 기류가 되었다. 너에게는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너는 도망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목요일 7시 루꺄, 일어날 시간이야. 그 말에 번쩍 눈이 뜨였다. 물 갖다 줄게. 상체를 일으켜 침대헤드에 기대어 앉았다.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뭉친 근육을 풀고 있자, 엘리엇이 물잔을 건네었다. 고마워. 목을 축인 후, 그의 입술에 짧게 입맞추었다. "옷 안 입었네." 그는 브리프에 집업 후디만 걸쳤다. 꽁꽁 싸매어 아침을 맞이해주던 지난번과는 달랐다. ...
월요일 8시 45분 미카와 마농은 있는 그대로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나의 걱정이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은 내 고민에 깊이 공감했으며, 힘을 주었고, 토닥여줬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들이 한순간 사라졌고, 주말동안 걱정없이 밀린 잠을 잤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상쾌한 기분의 등굣길이었다. 확실히 날씨는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조금은 싸늘...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