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8시 52분 주말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침부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억지로 등교했다. 결국은 마농이 다친 손에 붕대도 감아주었다. 사실은 정말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며칠 결석할 까 고민도했지만, 방 없이 소파 신세라, 학교에 가지 않으면 미카든, 마농이든 또 '걱정'이라는 말로 밀어부칠 것이 뻔했다. 아직 수업 시작 전이라 많은 ...
수요일 16시 04분 [루까스, 학교는 잘 다니고 있니? 친구들이랑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길 바란다. 다음달 월세 미리 넣었어. 이번엔 미카한테 월세 밀리지 않고 낼 수 있겠구나. 네 엄마가 같이 셋이서 저녁 먹고, 미사를 보고 싶다고 하는데. 금요일에 시간 낼 수 있으면 좋겠구나. 답장 바란다.- 아빠] [아빠,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요. 월세 미리 주신...
토요일 10시 30분 루꺄. 엘리엇의 부름에 흠칫-하며 눈이 떠졌다. 엎드려 자고 있어, 겨자색의 베개 커버가 눈 앞에 보였다. 엘리엇은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무슨 책 읽어?" "콜레라 시대의 사랑." "........안 읽어봤어." "원한다면 빌려줄게." 엘리엇이 상체를 숙여 입을 맞춰왔다. 어제와는 달리 쌩쌩한 모습이었다. 아침...
금요일 20시 27분 엘리엇이 이끈 곳은 엘리엇의 아파트에서 약간 떨어진 구역의 공원이었다.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었고, 엘리엇은 주머니에서 실핀을 꺼내더니 익숙하게 자물쇠를 열었다. 너무나 쉽게 열리는 자물쇠를 보니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가자." 엘리엇은 언제 챙겼는 지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켰다. 나도 그를 따라 휴대...
월요일 8시 55분 사물함에서 오늘 필요한 교재를 꺼내고 있는 데 누군가 조심성없이 문을 닫았다. 하마터면 손을 다칠 뻔했다. 엠마였다. 뭐하자는 건 지, 싶어 정색하며 쳐다보았다. "장난해?" "인스타에 미카가 올린 사진 뭐야? 마농 돌아왔어?" 속사포로 내뱉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사진, 요란하게 사진찍던 주말의 미카가 생각났다. "그래 보이던...
커피에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은 루씨와 나는 다시 아파트로 향했다. "그래서, 오늘 연차 쓴 거야?" "당연하지." "안 짤려?" "내가 너냐? 하루 낸 걸로 안 짤려. 너 혹시, 루카스랑 같은 학년에서 공부하려고 학교를 안 나가는 거야?" "아.. 그 생각은 안 해봤는데, 솔깃한 제안이긴 하네." "루카스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연인에서 친구 사이로 돌아...
시간은 정말 빨리 흘렀다. 여기 이 곳에만 시간이 뒤틀려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왜 하늘은 벌써 어두울까. 왜 1분이 1초처럼 흐를까. 레코드 판을 갈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장을 가득 채운 LP 앨범들 가운데 무엇이 좋을 지, 신중해야 했다. 이것도 통할까, 싶어 선택한 것은 Saraomusic 이었다. "맞춰볼게, 쇼팽?" "쇼팽?" ...
인간은 쓸 데 없이 너무나 오래 사는 듯 하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조금씩 조금씩 연장했고, 인권이란 이름 아래, 자신의 죽음을 마음대로 정해놓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과학의 발전을 혐오한다. 학교를 옮겼다. 바칼로레아를 보러 가지 않았고, 잦은 결석으로 출석률이 엉망이었던 나는 더 이상 그 곳에서 공부할 이유가 없었다. 학교에서 본가가 ...
금요일 21시 foyer 비밀파티에 가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학교 정문에 다시 모였다. 드레스코드가 '침입' 답게 다양한 코스튬이 넘쳐났다. 나는 후디를 걸쳐 입고, 볼에 페이스 페인팅으로 위장 메이크업을 했다. 바질은 닌자 거북이 코스튬이었고, 아서는 CSI 라도 되는 듯 정장을 입고 왔다. 다프네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했고. 곧 알렉시아가 사다리를 ...
월요일 8시 41분 지옥같던 주말이었다. 그래서 다가온 월요일이 참으로 반가웠다. 사물함에서 필요한 책들을 꺼내 가방에 담는 데 등교하는 바질, 얀, 아서와 마주쳤다. 아, 친구들 문제가 남았지. 금요일 저녁에 메세지 받은 이후 친구들에게 답장을 할 수도 없었다. 안녕. 아서와 얀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너 완전 매너 개똥." 바질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금요일 17시 12분 엘리엇의 아파트는 학교와는 약간 떨어진 베드타운에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학교 생활은 어땠냐, 모임은 또 있었는지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게 전부였다. 끼이익-소리를 내며 열리는 낡은 문 너머로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벽이 보였다. 코트 걸이와 조그만 거울, 가로로 긴 흑백 액자. 내 방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거실에있는 소...
토요일 14시 34분 평소와는 다른 토요일이었다. 허기진 배는 대충 크로아상과 커피로 때웠다. 리사가 따분한 표정으로 예능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그 옆에서 열심히 인스타와 페북을 뒤져댔다. 엘리엇이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정작 찾는 엘리엇은 안 나오고 클로이가 친구 요청한 것만 떴다. 닫기닫기닫기닫기. 스펠링이 틀렸나? 아니 보통 엘리엇이라고 하면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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